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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시대 엷어지는 효⑤효도의 조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7일 재산 증여가 이미 이뤄진 경우에도 증여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증여자 등에 대한 범죄행위로 증여가 해제되는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것을 원상회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원상회복 관련 부당이득도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앙 포토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7일 재산 증여가 이미 이뤄진 경우에도 증여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증여자 등에 대한 범죄행위로 증여가 해제되는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것을 원상회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원상회복 관련 부당이득도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앙 포토

“둘째 딸이 ‘평생 모실 테니 집을 사서 같이 살자’고 해서 6000만원을 줬더니 연락을 끊었어요.”하나파워볼

지난 2015년 민병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87살 김씨는 이렇게 분노를 토했다. 김씨는 “아들이 ‘왜 나는 (재산을) 안 주냐’고 폭행했다”며 “이게 사기가 아니고 뭐냐”고 호소했다. 이후 그는 딸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이미 증여한 것으로 인정돼 패소했다. 토론회 1년 후 김씨는 기초연금과 주차관리 수입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근황은 현재 알려진 게 없다.

현행 민법 제556조는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자에게 일정한 망은 행위를 한 경우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증여를 해제하더라도 같은 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을 완료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노인 사이에 “재산은 죽을 때까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병두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부양의무를 지키지 않은 증여자에게 증여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불효자 방지법’을 발의했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의 국민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한 결과 77.3%가 ‘효도계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 없다’고 답한 사람은 14.7%이었고 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효도계약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연령대별로 50대가 87%로 가장 높았고, 30대(80.5%)와 60대 이상(79.6%), 40대(73.2%) 순이었다. 20대는 64.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불효자 방지법안(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67.6%가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고, 22.6%는 “입법화까지는 필요 없다”는 의견을 표했다.

유계숙 경희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지난 2017년 발표한 ‘효도계약과 불효자 방지법안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태도’에 따르면 ‘효도 계약’의 조건을 두고 부모와 자식 세대 사이 인식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이 서울·인천·경기 대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 40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부모 세대는 정서적 지지를 가장 강하게 필요로 했고, 이어 부모 병간호, 규범적 의무, 신체・물리적 도움, 경제적 부양 순이었다. 반면 자녀 세대는 부모 병간호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음으로 경제적 부양, 정서적 지지, 규범적 의무, 신체・물리적 도움 조건 순이었다.

당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 등도 비슷한 불효자 방지법안을 내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비슷한 법은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나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7일 같은 취지를 담은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재산 증여가 이미 이뤄진 경우에도 증여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증여자 등에 대한 범죄행위로 증여가 해제되는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것을 원상회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원상회복 관련 부당이득도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5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의 국민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한 결과 77.3%가 ‘효도계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 없다’고 답한 사람은 14.7%이었고 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2015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의 국민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한 결과 77.3%가 ‘효도계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 없다’고 답한 사람은 14.7%이었고 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박완주 의원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이행한 (증여) 부분이라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퇴색돼 가는 효(孝)의 개념을 되살리고 가족공동체 복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희망한다”고 말했다.파워볼사이트


중국·싱가포르 부모 부양의무 법으로 명시

부모 부양의무를 법으로 명시한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과 싱가포르다. 지난 2017년 유계숙 경희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가 발표한 “효도계약과 불효자 방지법안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태도”에 따르면 중국은 노부모 세대의 정서적 빈곤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1996년 ‘노인권익보장법’(中国人民共和国民政部)을 도입했다.

당시 중국은 도시화와 한 자녀 정책으로 전통적 가족제도가 빠르게 해체되고 부모와 자녀 간 부양 문제 증가,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 증가 등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2013년에는 ‘부모 방문을 소홀히 하거나, 하찮게 여길 경우 처벌 된다’는 조항을 추가해 부모 부양에 대한 법적 의무를 강화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거나 자녀의 패륜적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부모가 고소한 경우에는 자녀에게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1995년 부모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정해 자녀가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도록 하는 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부양 의무를 법적 의무로 명시해 부모가 부양의 책무를 저버린 자녀를 고소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다만 노부모 부양 명령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자녀에게만 가능하다. 부양의무 판단 기준은 신청자인 부모의 상황뿐 아니라 신청자 부모가 자녀 부양 의무를 얼마나 이행했는지도 따진다.

유럽에서는 이미 증여가 끝났더라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 민법 제530조는 “증여자에게 중대한 배은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프랑스 민법 제953조는 “수증자가 학대·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가 열리는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가 열리는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부양의무 다양한 제도로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부양 의무 문제는 불효자 방지법 외에 다양한 사회 제도를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 명예교수는 “재산을 상속했으니 부양해야 한다면 재산을 안 받았으니 부양하지 않겠다는 자녀가 나올 수 있다. 재산 상속 여부로 부양의무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상속·증여는 어려운 법률 절차이다. 이런 걸 하기 전에 충분히 상담하거나 교육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파워볼엔트리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마당에 부양의무를 강제하는 법(불효자방지법)을 도입하면 서로 상충할 수 있다”며 “초고령사회로 가면서 꼭 이러한 법을 도입해야 한다면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 수준 실태를 파악하고, 제재 대상이 되는 경제적 학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77%, 토론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럽지 못하게 해..변심은 2% 불과”

미 대선 첫 TV토론 참석한 트럼프-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대선 첫 TV토론 참석한 트럼프-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두 자릿수 차로 뒤지고 있다는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첫 대선 TV토론 이후에 실시된 것이다.

미 CNBC와 체인지리서치가 토론이 열렸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까지 전국 유권자 925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오차범위 ±3.22%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54%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1%였다.

796명을 대상으로 한 1차 TV토론과 관련한 조사(오차범위 ±3.47%포인트)에서는 53%가 바이든 후보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았다는 응답자는 29%로 나왔다.

응답자의 45%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예상보다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11%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77%는 1차 토론이 자신들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

더힐은 “토론에 대한 대중의 암울한 인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honeybee@yna.co.kr

감정가의 3배 이상인 4억5400만원에 팔린 강릉시 토지 전경/사진= 지존
감정가의 3배 이상인 4억5400만원에 팔린 강릉시 토지 전경/사진= 지존

“강남 다주택자들이 일부 아파트를 팔고 땅에 투자하고 있어요.”(서울 강남구 소재 공인중개사)

주택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동자금이 땅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사람들이 단체로 제주도 땅을 사들이는가 하면 감정가 1억3600만원짜리 강원도 강릉 땅이 4억5400만원에 팔려나갔다.━땅 투자에 몰리는 사람들… 강릉 ‘북방물류단지’ 편입토지 감정가 3배 이상에 팔려━2일 전국개발정보 지존, 캠코 온비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23일 진행된 온비드 공매 입찰에서 감정가 1억3630만4000원짜리 강릉시 구정면 금광리 소재 ‘답’ 2434㎡가 4억5389만9000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33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응찰자도 14명이나 몰렸다. 낙찰가 4억5389만9000원은 2순위로 응찰한 사람이 적어낸 2억445만6000원의 배가 넘는다.

강릉, 속초 지역 토지 경·공매 물건이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처럼 평범한 농지 물건에 응찰자가 많이 몰리고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곳 땅이 높게 팔린 이유는 강릉시가 조성 예정인 ‘북방물류단지’로 편입된 때문이다. 2024년께 토지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3기 신도시 고양 창릉 공공주택지구에 편입된 캠코 공매 물건에도 응찰자가 9명이나 몰렸다. 지난 21~23일 진행된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전’ 202㎡가 감정가 2억1614만원에 신건 입찰에 부쳐졌는데, 감정가의 127%인 2억7449만7900원에 낙찰됐다. 이 땅 주인은 내년 상반기 보상계획 공고를 거쳐 내년 하반기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토지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서울 사람들, 아파트 팔고 제주도 땅 투자?… 주택규제 강화에 땅 투자 열기↑

36억3703만원에 낙찰된 제주도 성산읍 토지 및 문화집회시설 모습/사진= 지지옥션
36억3703만원에 낙찰된 제주도 성산읍 토지 및 문화집회시설 모습/사진= 지지옥션

감정가 51억1401만4170원짜리 제주도 땅에는 서울 사람들이 몰렸다. 제주도 성산읍 온평리 2604번지 외 2필지가 2회 유찰된 뒤 지난달 14일 최저가 25억586만7000원에 다시 경매에 부쳐졌는데, 7명의 응찰자들이 몰리며 36억3703만원에 팔렸다.

이번 제주도 땅은 제2제주공항에 편입되는 곳이다. 향후 토지보상을 감안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낙찰자는 김모씨 외 13명으로 업계에서는 서울 거주자들이 공동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낙찰가는 유찰됐던 직전 경매 최소가 35억7981만원보다도 높은 가격이었다. 그 사이 토지 투자 열기가 더 뜨거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최저가만 25억원이 넘는 지방 큰 물건에 응찰자가 7명이나 오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주택 규제가 늘면서 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고, 실제 투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할 경우 토지보상을 받아도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보내기] 고향 가고 싶은 응우웬반수, 일자리 찾는 두엉, 엄마 돕는 가을이

[고기복 기자]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 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트로트 열풍이 아니라도 해마다 명절이면 ‘꿈에 본 내 고향’을 노래하는 건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실향민 못지않게 꿈에 본 내 고향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14년. 응우웬반수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한국에서 보낸 세월입니다. 처음 고용허가제 근로계약 3년 만기 후 출국했다가 한국어시험을 보고 두 번째 입국했습니다. 재입국 후 근로계약이 만기됐을 때 사측에서 성실근로자로 추천하여 4년 10개월을 더 일했습니다. 일하던 공장에 같은 연배인 동향 친구가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즈음 응우웬반수는 친구와 함께 귀국을 목적으로 같은 날 퇴사했습니다. 그런데 귀국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한국발 국제선 착륙을 불허한다는 베트남 정부의 발표는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잠시 머물려던 계획은 반년을 넘기고…졸지에 출국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 응우웬반수는 친구와 함께 입국 금지가 풀릴 때까지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잠시 머물려던 계획은 벌써 반년이 넘고 말았습니다. 조만간 귀국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발 항공편 입국 금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귀국 희망자가 넘치는 관계로 국적 항공사가 뜰 때마다 항공권 좌석을 추첨으로 배정하던 주한베트남대사관으로부터 9월 중순에 출국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응우웬반수의 귀국 가방.
ⓒ 고기복

행여나 추석 전에 출국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항공권 배정을 같이 기다리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였습니다. 출국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항공권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탓이었습니다. 

“대사관에서 나이 많은 사람과 아픈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나머지는 추첨해서 보내요. 급하게 귀국해야 할 사람이 생겨서 그런 건지 항공편이 결항된 건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출국하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응우웬반수는 지난 3월에 항공권이 취소되었을 때만 해도 마음 편하게 며칠 쉬면서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4월이 되어서도 국제선 운항 재개 소식이 들리지 않자 당장 생활비라도 벌어야 할 형편이 되었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출국에 앞서 가족에게 송금하고 공항에서 선물 사려고 남겨두었던 돈이 바닥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응우웬반수는 친구와 함께 예전 일했던 회사에 출국 일정이 잡힐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에서는 근로계약이 끝난 사람을 고용했다가 단속에 걸리면 양측 다 손해라면서 거절했습니다.

곧 귀국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으로 버틴 6개월 동안 응우웬반수는 일당제 노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체류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출국 유예를 받긴 했지만, 취업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농촌 계절노동자 신청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이후 입국제한으로 이주노동자 확보가 힘든 농어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취업기간 만료 후 항공편 중단 등으로 출국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을 계절노동자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절노동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2020년 4월 14일~8월 31일 사이에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출국 유예를 받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응우웬반수는 체류기간 만료일이 3월이라 신청 대상이 안 됩니다. 응우웬반수와 그 친구는 자신들처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일도 못 하게 하는 한국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합니다.

반년 넘게 발이 묶인 응우웬반수를 견디게 한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5년 전에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있던 고향 여자를 만나 결혼했고, 곧바로 아이가 생겼습니다. 출산하고 귀국한 부인은 하노이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주노동 경험을 살려 한국어강사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응우웬반수는 “베트남에선 추석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줘요”라며 추석에 귀국하지 못하는 신세를 못내 한탄하고 있습니다. ‘꿈에 본 내 고향’은 북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만이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출국하고 싶어도 못하는 응우웬반수의 노래가 되었고, 코리안 드림은 악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도 추석 앞두고 베트남행 항로가 열렸다는 소식에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일손 없다는 사장님, 갑자기 밥값 달라고 하네요

“빈자리 없는데요.”
“알았어요. 있다가 갈게요.”
“……”자리가 없다는데, 눌러앉을 기세입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더니 며칠 눌러앉을 작정을 했는지 누군가와 채팅을 합니다. 예전에 이주노동자 쉼터를 이용했던 사람 소개로 왔다는데, 마치 오래 있었던 사람처럼 낯가림이 없고 서글서글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용 인원 제한을 하는 이주노동자 쉼터를 찾은 두엉은 자리가 없다는 데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무슨 일을 했었고,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으며, 왜 쉼터에 왔는지 조잘조잘 이야기합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별일 아닌 듯이 이야기하는 두엉은 캄보디아에서 온 농업 이주노동자입니다.

▲  두엉이 일했던 농장.
ⓒ 고기복

“하우스에서 일했어요. 시금치, 청경채, 부추, 상추… 야채 다 했어요. 많이 했어요.”
“어딜 가나 환영받았겠네요.”
“네? 뭐요? 환영?”
“일 잘하니까 사장님이 좋아하시겠다고요. 그런데 왜 농장 그만뒀어요?”
“사장님 돈 없어요. 계속 일하라고 해요.”
“월급 안 줘요?”
“아뇨, 쪼끔. 호호.”
“아, 네. 월급 다 못 주니까 사장님이 그냥 나가라고 해요?”
“아니요. 밥값, 집값 주라고 해요. 저도 돈 없어요. 호호호.”

지난 8월 태풍 때 비닐하우스 파손으로 일이 없어지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두엉은 퇴직하겠다고 했지만 농장주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만두겠다는 말에 사장은 역정을 내며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했던 밥값, 집값을 요구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숙식비 공제이라고 돼 있으니 밀린 월급보다 돌려받을 돈이 많다는 게 농장주 주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숙박비를 공제하지 않았다면 농장주가 선의를 베푼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고용안정과 사원 복지를 위해 무료로 제공했던 비용은 법적으로 따져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농장주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만두려면 돈 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이주노동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재직 중인 이주노동자 이직을 허락할 경우 다음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두엉이 농장주 형편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 벌러 왔는데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시간을 축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두엉은 농장주의 억지를 뒤로하고 이번 추석에 음성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같이 입국한 고향 친구는 농촌식당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사람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게요?”
“아니요. 친구하고 맛있는 거 먹으려고요. 호호.”

두엉은 실직 중인데도 꿋꿋하고 참 밝습니다. 구직 활동보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걸 먹겠다는 말은 어쩌면 외로움이 가득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 보면 그나마 덜해질 테니까요.다른 사람 일에 바쁜 엄마, 추석에는 제발…

▲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나들이.
ⓒ 고기복

“추석 때 뭐해요?”
“엄마가 말 안 해요.”
“아니, 가을이 뭐하냐고?”
“엄마랑 있을 거예요.”

올해 중학생이 된 가을이는 엄마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엄마를 귀찮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인 엄마는 이십 년 가까이 한국에 살았지만 한국어가 여전히 어색합니다. 엄마는 주위에 필리핀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말이 서툰데도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직장 일이 없을 때도 늘 바쁩니다. 그럴 때마다 가을이는 엄마 곁에서 통역을 자처합니다. 놀이동산이 코앞에 있지만 갈 엄두를 못 내는 이유입니다.

가을 부모님은 둘 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출산이 어려울 거라 했지만 부모님은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보란 듯이 가을이가 태어났습니다. 작년 겨울에 아빠는 중학생이 되면 공부 때문에 외가에 갈 시간도 없을 거라면서 엄마와 필리핀에 갔다 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던 아빠가 크리스마스 때 조경 작업을 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을이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탓도 있지만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자 하는 기대를 접었습니다. 대신 엄마 걱정에 가슴을 졸입니다. 엄마는 실직과 임금체불 등으로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도움을 청할 때마다 나섰다가 한국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도와달라는 사람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라는 엄마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말도 잘 하지 못하면서 나서는 엄마를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이번 추석에 전셋집을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둘이 살기에 적당한 집을 찾아본다는 핑계지만 가을이 엄마 속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아빠 돌아가시고 썰렁한 집이 싫다는 엄마는 허전한 마음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필리핀 공동체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그 사람들이 털어놓는 하소연에 귀 기울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까닭에 엄마는 이번 추석에도 언제나처럼 바쁠 겁니다. 가을은 외치고 싶습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 일에 바빠도 이번 추석에는 제발…….”

어른스럽긴 해도 아직은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아이니까요.

법원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조건부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8월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참가자가 경찰이 세워 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법원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조건부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8월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참가자가 경찰이 세워 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법원이 보수단체의 집회를 또 허가했다. 다만 이번에는 조건부 허용이다. 개천절 ‘200대 차량집회’ 신고를 했던 보수단체가 소규모 차량집회를 서울 곳곳에서 열겠다고 밝히자 법원은 차량 9대가 참여하는 차량집회를 조건부 허가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새한국)은 오는 3일 개천절 서울 6개 구간에서 차량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앞서 새한국은 개천절(3일) 오후 1~5시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지나는 코스로 200대 규모 차량 집회를 지난달 24일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 했다. 그러자 새한국은 서울행정법원에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9일 새한국이 낸 집행정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심각한 혼란과 위험을 야기할 우려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지난 8월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예로 들었다.

새한국 등 30개 보수성향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새한국은 “양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1인 시위와 1인 차량 시위뿐”이라고 맞섰다.

이에 새한국 측은 소규모 차량집회를 열기로 계획을 바꿨다. 개천절 당일 서울 곳곳에서 9대 차량이 참여하는 차량집회를 하겠다는 것.

새한국은 ▲마포유수지주차장-서초소방서 10.3㎞ ▲사당공영주차장-고속터미널역(왕복) 11.1㎞ ▲도봉산역 주차장-강북구청 6.1㎞ ▲신설동역-왕십리역 7.8㎞ ▲강동 굽은다리역-강동 공영차고지 15.2㎞ ▲응암공영주차장-구파발 롯데몰(왕복) 9.5㎞ 등 6개 구간에 차량집회를 신고했다.

신고된 참여 인원은 각 9명이며 차량은 9대다. 새한국은 법원이 지난달 30일 ‘9대 규모 차량집회’를 허가한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새한국 소속 A씨가 서울강동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차량 내 반드시 참가자 1인만 탑승할 것 ▲집회 도중 창문을 열거나 구호를 제창하지 않을 것 ▲긴급한 상황 외에는 하차하지 않을 것 등 9개 조건을 달아 집회를 허가했다.

새한국 관계자는 “행정법원이 내건 조건을 지킬 것”이라며 “지난달 26일에도 15대가 참석하겠다고 와서 일부를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이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통고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새한국 측은 경찰이 빨리 금지통고를 하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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